서랍 구석에서 발견된 낯선 서류 한 장
주말에 작정하고 거실 서랍을 뒤집어엎었다. 몇 년 동안 한 번도 열어보지 않은 깊숙한 칸에서 정체 모를 서류 뭉치가 쏟아져 나왔는데, 그중에 빳빳한 종이 한 장이 눈에 띄었다. 아무리 봐도 내가 직접 가입한 기억이 없는 상조회사 가입 확인서였다. 아마도 5년 전인가, 엄마가 홈쇼핑 채널을 보다가 가전제품이랑 결합된 상품이라며 가입해 두셨던 모양이다. 그때는 텔레비전 사은품 때문에 덜컥 계약했다고 들었는데, 그게 아직도 매달 통장에서 빠져나가고 있었다는 사실에 조금 당황스러웠다.
매달 빠져나가는 자동이체 금액 확인하기
통장 내역을 대조해 보니 매달 39,900원 정도가 꾸준히 나가고 있었다. 5년이면 대충 계산해도 240만 원 정도가 들어간 셈인데, 이게 적은 돈도 아니고 큰 돈도 아니라서 괜히 마음이 복잡해졌다. 사실 상조라는 게 미리 준비해두면 마음 편하다고들 하지만, 막상 닥치지 않은 일을 위해 매달 치킨 두 마리 값을 꼬박꼬박 내고 있었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묘했다. 요즘은 후불제 상조도 많다던데, 왜 굳이 이런 선납형 방식을 선택해서 묶여 있었을까 싶기도 하고. 며칠 전 뉴스에서 보니까 대형 상조사에서 개인정보가 유출돼서 난리라던데, 내 정보도 어디선가 떠돌고 있지는 않을지 갑자기 찝찝한 마음이 들었다.
해지할까 유지할까 고민되는 복잡한 심경
당장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어볼까 하다가 관뒀다. 전화를 걸면 또 상담사가 목소리를 낮추며 해지하면 손해라고, 혹은 지금 해지하면 환급금이 얼마 되지 않는다는 뻔한 소리를 늘어놓을 게 뻔해서다. 사실 나중을 생각하면 있는 게 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고, 반대로 당장 현금이 급할 때 이 돈을 해지해서 챙겨두는 게 효율적인 건지 판단이 서질 않는다.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상조 회사 순위니 뭐니 하는 홍보 글들만 넘쳐나서 도무지 뭘 믿어야 할지도 모르겠고. 그냥 적금이나 하나 더 들걸 그랬나 싶기도 하다.
은행 보증과 안전성에 대한 미묘한 불신
요즘은 은행 보증이 되는 상품도 있다고 하던데, 예전에 가입한 이런 상품들은 그런 게 보장이 되는 건지 서류를 아무리 읽어봐도 알기 어렵게 적혀 있다. 10조 원이 넘는 선수금이 쌓여있다고 하지만, 내가 낸 돈이 정말 안전하게 관리되고 있는 건지 확인할 방법도 마땅치 않다. 만기 시 전액 환급이 된다고는 하는데, 그 긴 시간 동안 물가 상승률을 생각하면 사실상 마이너스가 아닌가 싶기도 하고. 어쩌면 나중에 장례를 치를 때가 되어서야 이 서류가 다시 빛을 발할지도 모르겠지만, 지금 당장은 그저 매달 나가는 통장 내역에 적힌 회사 이름만 볼 때마다 왠지 모를 씁쓸함이 남는다.
결국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서랍으로
결국 서류를 다시 봉투에 담아 서랍 속에 밀어 넣었다. 지금 당장 해지해서 몇십만 원 더 돌려받는다고 내 삶이 크게 달라지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이 서비스를 100% 신뢰해서 열심히 내고 싶지도 않은 이 어정쩡한 상태. 아마도 한두 달 더 그냥 놔두다가 또다시 통장 잔액을 보며 고민하겠지. 무엇을 선택하든 완벽한 해답은 없는 것 같다. 그냥 언젠가 때가 되면 이 서류가 어디 있는지라도 잊지 말아야겠다는, 조금은 허탈한 다짐만 남았다.

엄마가 홈쇼핑에서 이런 상품을 구매하시는 걸 깜빡했네요. 혹시 다른 곳에도 비슷한 상품이 있는지 확인해 보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적금으로 고민하는 것도 이해가 되네요. 저는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섣불리 결정하기보다는 꼼꼼하게 비교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엄마가 홈쇼핑 상품이라니, 정말 예상치 못했네요. 이런 경우, 계약 조건 보기가 필수적인 것 같아요.
자동이체 금액을 매달 확인하는 게 정말 중요하네요. 제가 예전에 비슷한 경험을 해서 그 답답함이 느껴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