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제품 살 때 덜컥 가입했던 교원라이프 결합상품
몇 년 전 안방에 둘 건조기랑 세탁기를 새로 사면서 가전 매장 직원 권유로 교원라이프 상조 결합상품에 가입했었다. 매달 4만 원 후반대 금액이 자동으로 통장에서 빠져나가는 조건이었는데, 100회가 넘는 만기까지 다 부으면 나중에 가전제품 가격만큼 원금으로 다 돌려받거나 아니면 필요할 때 상조 서비스로 전환해서 쓸 수 있다는 소리에 덜컥 서명을 했었다. 솔직히 그때는 상조 서비스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되는지도 잘 몰랐고, 그냥 매달 나가는 통신비나 렌탈료 정도로만 가볍게 생각했다. 어차피 가전제품 살 때 할인을 몇십만 원 더 받는 셈 치면 손해는 아니겠거니 하는 마음이 컸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이 통장에서 꼬박꼬박 돈이 빠져나가는 걸 볼 때마다 기분이 묘하게 무거워졌다. 가전제품은 이미 연식이 지나서 낡아가고 있는데 상조 계약은 여전히 까마득하게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10년이라는 납입 기간이 주는 미묘한 심리적 압박감
상조 상품이라는 게 보통 만기가 10년 혹은 120개월 이상으로 엄청나게 길다. 처음 가입할 때는 언제 그 시간이 지나가나 싶었는데, 실제로 3년 가까이 납입하다 보니 슬슬 후회가 밀려왔다. 가전제품 할인 혜택이라는 게 결국 상조 납입금을 단 한 번의 미납도 없이 다 채워야만 온전히 내 돈이 되는 구조였던 것이다. 중간에 사정이 생겨서 해지하면 할인받았던 가전 금액을 뱉어내야 하거나 해약 환급금이 거의 안 나오는 불리한 조건이었다. 프리드라이프나 보람상조 같은 다른 대형 업체들의 결합 상품들도 찾아보니 구조는 대부분 비슷비슷한 것 같았다. 결국 소비자 돈을 아주 오랫동안 묶어두고 가전제품 대리점과 상조회사가 서로 이득을 나누는 마케팅에 내가 걸려들었구나 하는 생각이 뒤늦게 들었다. 매달 나가는 오만 원 돈이 당장 굶어 죽을 정도의 큰돈은 아니지만, 통장 내역에 찍힐 때마다 숙제를 끝내지 못한 찝찝한 기분이 계속 나를 따라다녔다.
후불제상조회사로 눈을 돌리게 된 비교 과정
그러다 작년에 친척 집 장례식에 참석하면서 상조에 대해 다각도로 알아보게 되었다. 그 집은 특이하게도 예전에 들어둔 대기업 상조 대신에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찾은 후불제상조회사를 이용해 장례를 치렀다고 했다. 후불제는 매달 돈을 미리 내는 게 아니라, 실제로 상이 발생하고 장례를 다 치른 뒤에 쓴 품목만큼만 정산하는 방식이었다. 친척에게 가격을 대충 물어보니 기본형 패키지가 200만 원대 중반에서 시작했다고 하더라. 내가 매달 부어온 결합상품의 총액이 500만 원 가까이 되는 것에 비하면 훨씬 저렴하고 실속 있어 보였다. 무엇보다 미리 돈을 내지 않으니 상조회사가 부도나서 내 선수금을 날릴 걱정도 없고, 매달 통장에서 돈이 빠져나가는 스트레스도 없다는 점이 가장 부러웠다. 뉴스에서 종종 부실상조회사 먹튀 관련 보도를 볼 때마다 불안했는데, 왜 굳이 대형사에 내 돈을 10년씩 묶어두고 있었나 싶었다.
실제 장례를 치를 때 발생하는 추가 비용의 현실
상조에 가입되어 있다고 해서 장례 비용이 전부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도 뒤늦게 공부하며 알게 되었다. 기본 상조 서비스에는 수의, 관, 차량 운구 서비스, 상복대여, 장례지도사 인건비 같은 기본적인 뼈대만 포함되어 있지, 장례식장 안에서 발생하는 비용은 별개였다. 빈소 대관료나 문상객들에게 대접하는 음식값, 화장장 이용료 등은 전부 유족들이 장례식장에 직접 따로 내야 하는 돈이었다. 장례 비용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게 음식값인데 이건 상조 서비스와 아무 상관이 없는 영역이었다. 결국 나는 상복 입고 버스 타는 서비스를 미리 예약해두려고 매달 돈을 내고 있었던 셈인데, 정작 진짜 목돈이 드는 항목들은 현장에서 따로 결제해야 한다는 현실을 알고 나니 맥이 탁 풀렸다. 굳이 매달 묶여 있는 결합 상품을 유지할 필요가 전혀 없겠다는 생각이 굳어졌다.
중도 해지 환급금을 정산하며 느낀 씁쓸한 기분
결국 며칠을 끙끙 앓다가 교원라이프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어 해지 신청을 했다. 통화 대기 시간도 길어서 전화를 붙잡고 있는 내내 짜증이 났는데, 해지 절차를 밟으면서 환급금 설명을 들으니 속이 더 쓰렸다. 납입한 지 40개월이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중도 해지하려니 위약금과 가전제품 할인 반환금 등이 공제되어 실제로 내 통장으로 돌려받은 돈은 그동안 부은 총액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수십만 원의 손해를 보고 나니 가전 매장에서 싸게 샀다고 좋아했던 내 자신이 참 어리석게 느껴졌다. 그래도 앞으로 남은 6년이 넘는 시간 동안 매달 통장 잔고를 신경 쓰며 스트레스받는 것보다는 지금이라도 털어버리는 게 정신 건강에 이롭다고 스스로 위안을 삼았다. 후불제 상조가 모든 면에서 완벽한 대안이라고 확신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나처럼 빚 독촉받는 기분으로 매달 돈을 납부하는 방식이 맞지 않는 사람에게는 차라리 필요할 때 돈을 내는 방식이 백배 낫겠다는 생각만 들었다. 정리하고 나니 지갑은 가벼워졌지만 마음은 한결 가볍다.

처음에는 500만원 가까이 납입했는데, 환급금이 그렇게 많이 나오질 않았다는 게 정말 안타깝네요. 지금 해지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좀 놓여요.
실질적으로 10년이라는 시간이 흘러보니, 상조 서비스의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못해서 오히려 더 부담이 되는 것 같네요. 가전제품 할인에 너무 집중하느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생각하지 않은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