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가을, 갑작스럽게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의 일이다. 새벽 2시, 차가운 병원 지하 응급실 복도에서 나와 동생은 당장 어떤 식으로 장례를 치러야 할지 결정을 내려야만 했다. 요즘은 굳이 복잡하고 격식 있는 절차를 거치지 않고 무빈소장례로 조용히 가족끼리만 치르는 경우가 늘어났다는 기사를 읽은 기억이 났다. 대충 머릿속으로 계산기를 두드려 보아도 일반적인 장례서비스 업체를 끼고 빈소를 차리면 최소 1,000만 원에서 1,500만 원은 쉽게 깨질 것 같았고, 찾아올 조문객도 그리 많지 않을 터였다. 불필요한 허례허식을 줄이고 비용을 아끼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앞섰다. 솔직히 말해서 장례비용이 부담스러웠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현실은 예상과 많이 달랐다. 실제로 빈소 없이 진행하는 방식은 대략 150만 원에서 300만 원 선에서 해결할 수 있다는 견적을 받았고, 기간도 2일이면 충분해 보였다. 수치상으로는 확실한 이득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막상 빈소 없이 고인을 안치실에 모셔두고 화장 예약 시간만 기다리는 그 하루 반의 시간 동안, 유가족들이 마땅히 앉아 있을 곳조차 없어 장례식장 로비와 지하 편의점을 끊임없이 배회해야 했다. 이게 참 실제 상황에 닥쳐보면, 머리로 계산하던 것과는 전혀 다르게 흘러갑니다. 슬픔을 추스를 공간도, 고인을 기릴 최소한의 물리적 장소도 없다는 사실이 주는 심리적 공허함이 생각보다 너무 컸다. 비용을 아꼈다는 안도감보다는, 고인에 대한 예의를 다하지 못했다는 묘한 부채감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이 과정에서 내가 깨달은 흔한 실수는 ‘무빈소로 하면 골치 아픈 일이 전혀 없을 것’이라는 막연한 착각이다. 빈소가 없을 뿐이지, 병원 안치실 수속부터 화장장 예약, 사망신고서 작성 등 거쳐야 하는 행정 절차는 거의 동일하다. 내 주변 지인의 경우, 비용을 줄이겠다고 무빈소를 택했다가 나중에 찾아온 친척들의 핀잔에 못 이겨 뒤늦게 제사상을 추가하고 고인의 수의를 고가로 업그레이드하면서 결국 일반 장례에 준하는 비용을 지불한 실패 사례를 겪기도 했다. 결국 장례를 치를 때 옵션을 하나씩 추가하다 보면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트레이드오프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철저하게 비용 중심의 미니멀을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감정적 안정을 위해 비용을 지불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으면 이도 저도 아닌 상황이 된다.
그렇다면 어떤 방식을 선택해야 할까? 내 경험상 정답은 없다. 다만 조건별로 상황을 쪼개어 판단해야 한다. 만약 고인의 조문객이 거의 없고 친인척과의 교류가 아예 끊어진 상태라면, 굳이 큰돈을 들여 빈소를 차릴 필요 없이 간소하게 치르는 것이 맞다. 반면, 아무리 예산을 아끼고 싶더라도 직계가족이 있고 친척들이 한 번쯤 얼굴을 비출 만한 상황이라면, 아주 작은 규모의 빈소라도 마련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이롭다. 몇 백만 원 아끼려다가 평생 친척들에게 ‘부모 장례도 대충 치렀다’는 소리를 듣거나, 유가족 스스로 감정적인 마침표를 찍지 못해 오랜 기간 힘들어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아직도 그때 우리가 내린 선택이 최선이었는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비용은 확실히 아꼈지만, 할아버지를 보내드리는 마지막 기억이 썰렁한 안치실 문 앞이었다는 사실이 가끔 마음에 걸린다. 이 글의 조언은 갑작스러운 부고를 마주하고 현실적인 비용과 감정 사이에서 혼란을 겪고 있는 30대 초중반의 초보 상주들에게 유용할 것이다. 반면, 가문의 체면이나 유교적 예법을 철저히 따져야 하는 집안의 구성원이라면 이 글의 실용주의적 접근을 따르지 않는 것이 정신 건강에 좋다. 지금 당장 취해야 할 가장 현실적인 조치는 가족 구성원들과 모여 예상 조문객 규모와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마지노선 금액을 솔직하게 터놓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다만, 가족마다 감수성이 다르기 때문에 이 논의 과정 자체가 또 다른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빈소 없이 진행했을 때, 예상했던 것만큼 많은 사람들의 조문이 오지 않았다는 점이 좀 아쉬웠던 것 같아요. 오히려 비용 절감 효과가 크긴 했지만, 이런 부분도 고려해야 하는 것 같네요.
병원에서 기다리는 시간 동안 유족들이 아무 곳도 앉을 곳이 없어서 계속 장례식장 로비에서 돌아다니는 모습이 정말 안타까웠어요. 수치상으로는 이득 같았지만, 실제로는 훨씬 복잡한 문제들이 생기는 것 같네요.
빈소 없이 진행했을 때의 답답함이 실제로 느껴지네요. 계산만으로는 채울 수 없는 불편함이 있었던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