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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러운 부고에 정장을 챙길 정신도 없었다

경황없는 와중에 가장 먼저 떠오른 옷 문제

부고 문자를 새벽에 받고 나니 머릿속이 하얘졌다. 정신을 차리고 나니 내가 입고 갈 옷이 문제였다. 평소에 경조사용 정장을 따로 관리하는 편도 아니고, 그렇다고 검은색 셔츠나 바지가 넉넉한 것도 아니라서 참 난감했다. 결혼식 정장대여는 들어봤어도 장례식장 복장 대여라는 걸 굳이 찾아본 적이 없으니 이게 가능한 건지도 몰랐다. 급하게 옷장을 뒤져봤지만 입을만한 건 낡은 면바지뿐이라 결국 장례식장 현장에서 해결하기로 마음먹었다. 도착해서 짐을 풀고 나니 마음이 훨씬 무거웠지만, 옷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발만 동동 구르는 것보다는 일단 가보자는 생각이었다.

장례식장 현장에서 마주한 대여 서비스

장례식장 한쪽 구석에 상조물품을 관리하는 사무실 같은 곳이 있었다. 남자 상복 세트를 빌려주는지 조심스럽게 물어보니 꽤나 익숙하게 안내해주더라. 가격은 대략 5만 원에서 7만 원 사이였는데, 기간은 3일장 내내 입는 조건이었다. 오동나무관을 선택하고 절차를 밟는 분주한 사람들 틈에서 나는 덩그러니 서서 옷을 골랐다. 사실 사이즈가 내 몸에 딱 맞을 리가 없었다. 소매는 길고 허리는 헐렁한, 전형적인 대여복 특유의 그 핏이었다. 거울을 보니 어색하기 짝이 없었지만, 주변 사람들도 다 비슷비슷한 옷차림이라 덜 눈에 띄어서 다행이었다.

예상보다 불편했던 상복의 착용감

문제는 3일 내내 이 옷을 입고 있어야 한다는 거였다. 처음에는 그냥저냥 입을 만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옷감이 빳빳하고 어딘가 불편했다. 상조에서 제공하는 정장이라 그런지 재질이 아주 고급스러운 건 아니었다. 앉았다 일어났다를 반복해야 하는 장례식 특성상 바지 무릎 부분이 금방 늘어날 것 같아 조심스러웠다. 특히 밤샘을 할 때가 제일 문제였다. 정장을 벗고 자고 싶어도 여벌 옷이 없으니 그대로 누워야 하는데, 옷이 구겨질까 봐 잠자리도 영 편치 않았다. 이게 뭐 대단한 불편함은 아니지만, 슬픈 와중에 이런 사소한 것들이 계속 신경을 건드리는 게 참 묘한 기분이었다.

생각보다 비싼 비용과 아쉬운 퀄리티

결혼식 정장대여는 그래도 좀 멋이라도 내지, 상복은 정말 최소한의 격식만 갖춘 느낌이다. 대여료가 생각보다 싸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장례식이라는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니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걸 알지만, 막상 내 돈을 내고 빌리려니 조금 아깝다는 생각도 잠깐 들었다. 차라리 집에 있는 단정한 검은색 니트나 슬랙스를 입고 올 걸 그랬나 싶다가도, 막상 현장에 와서 보면 격식을 차린 상복을 입길 잘했다는 생각도 들고 마음이 오락가락했다. 어차피 3일 뒤면 반납하고 끝날 옷인데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했나 싶기도 하다.

끝내 해결되지 않은 복장의 어색함

마지막 발인 날 아침, 대여했던 옷을 반납하면서 뭔가 짐 하나를 내려놓은 기분이었다. 상조 직원분은 아무렇지 않게 옷을 수거해서 창고로 가져가셨다. 그 안에서 수많은 사람이 이 옷을 입고 슬픔을 함께했을 거라는 생각을 하니 왠지 마음 한구석이 서늘했다. 내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억지로 끼워 맞추고 3일을 보낸 시간이 지금 생각해보면 참 허무하다. 다음번엔, 아니 다음번은 없어야겠지만 만약 다시 이런 상황이 온다면 그때는 미리 정장을 맞춰두든 단정한 복장을 준비해두든 해야겠다. 하지만 막상 또 그때가 되면 다 잊고 똑같이 장례식장에서 대여를 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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