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갑작스럽게 장례식장에서 도우미 일을 하게 됐다

우연히 들어간 장례식장 서빙 알바

솔직히 처음엔 그냥 아르바이트 공고만 보고 지원했다. 시급이 생각보다 높길래 별다른 고민 없이 연락을 넣었는데, 장소 확인을 제대로 안 했다. 막상 도착해보니 집에서 버스로 40분쯤 걸리는 큰 병원 장례식장이었다. 장례식장에서 일하는 게 처음이라 긴장도 좀 됐고, 괜히 분위기 때문에 주눅이 들까 봐 걱정도 됐다. 20대 초반에 패션쇼 현장 보조 알바를 할 때만 해도 이런 곳에서 일하게 될 거라는 상상은 못 했다. 현장에 가보니 이미 식장 안은 꽤 분주했다.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 사이에서 하얀 앞치마를 두르고 음식 나르는 게 처음엔 정말 어색해서 손이 덜덜 떨렸다.

사람들의 표정이 머릿속에 계속 남는 이유

일을 시작하고 3시간쯤 지났을까, 문득 든 생각은 ‘사람들은 다 자기만의 슬픔을 안고 사는구나’였다. 밥을 나르면서 손님들 표정을 다 읽을 수는 없지만, 누군가는 눈이 퉁퉁 부어 있었고 누군가는 너무 담담해서 오히려 더 힘들어 보였다. 특히 한 상가에서는 유족들이 울다가도 손님이 오면 억지로 표정을 관리하며 절을 올리는 모습을 보는데, 그게 너무 안쓰러워서 마음이 불편했다. 예전에 친구가 꿈에서 자기 장례식장에 가봤다는 이야기를 했던 게 떠올랐다. 그때는 그냥 꿈이니까 넘겼는데, 막상 현실의 장례식장에 덩그러니 서 있으니까 그 친구가 느꼈을 기분이 조금은 알 것 같기도 했다.

정신없이 움직이다 보면 느껴지는 묘한 피로감

보통 장례식장 알바는 12시간씩 교대로 돌아간다. 내가 맡은 파트는 저녁 시간대였는데, 사람이 몰릴 때는 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다. 육개장을 쏟지 않으려고 신경을 곤두세우다 보니 땀이 줄줄 났다. 중간에 쉴 시간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구석에 앉아 있으면 왠지 눈치가 보여서 괜히 냉장고 주변을 서성이거나 행주질을 다시 하곤 했다. 시급은 1만 2천 원 정도였는데, 퇴근할 때쯤 다리가 너무 아파서 이 돈을 받고 계속할 수 있을까 싶은 마음이 들었다. 식장에서 나오는 음식 냄새가 옷에 다 배어서 지하철을 탈 때 괜히 주변을 살피게 되는 것도 작은 불편함 중 하나다.

예식 도우미와는 또 다른 거리감

예전에 아는 언니가 결혼식 예식 도우미 일을 해서 잠깐 따라갔던 적이 있다. 그때는 다들 웃고 떠들고 축제 분위기라 정신이 없어도 활기가 돌았는데, 여기는 정반대다. 기쁨과 슬픔의 차이가 아니라, 사람들의 에너지가 땅으로 가라앉는 느낌이랄까. 그래서인지 알바생들끼리도 큰 소리로 대화하기보다는 필요한 말만 짧게 하게 된다. 가끔 손님들이 알바생한테 화풀이를 하거나 무리한 요구를 할 때도 있는데, 그럴 때마다 그냥 ‘그래, 다들 힘들어서 그러겠지’ 하고 넘기려고 노력한다. 물론 집에 돌아가는 길에는 한숨이 절로 나오지만 말이다.

다시 이곳을 찾게 될지는 모르겠다

사실 일주일 정도 더 남았는데, 벌써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반이다. 그렇다고 당장 다른 아르바이트를 구하자니 그것도 귀찮고, 그냥 이대로 버티는 게 최선인가 싶기도 하다. 이 일이 끝나면 한동안 장례식장 근처로는 가고 싶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제는 퇴근길에 너무 피곤해서 역 앞 편의점에서 컵라면 하나를 먹었는데, 문득 ‘내가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이 계획대로 되는 건 아니라지만, 이런 장례식장의 소란함 속에 내가 섞여 있다는 게 가끔은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내일 다시 출근하면 또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육개장을 나르고 있겠지.

“갑작스럽게 장례식장에서 도우미 일을 하게 됐다”에 대한 3개의 생각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