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우편함에 꽂혀있던 두툼한 봉투를 열어봤다. 별생각 없이 뜯었는데 꽤나 그럴싸한 브로슈어가 들어있었다. 요즘 상조 회사는 단순히 장례만 돕는 게 아니라 무슨 웰니스니 피클볼이니 하는 스포츠 시설 할인까지 연계해 준다고 광고를 하더라. 솔직히 그걸 보는데 이게 장례 준비인지 아니면 무슨 피트니스 멤버십 가입인지 헷갈렸다. 예전에 할머니 장례를 치를 때 들었던 정신없는 기억들이 떠올랐다. 그때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장례식장에서 하라는 대로 다 했던 것 같은데, 나중에 정산 금액을 보고 놀랐던 기억이 난다.
선불식 상조와 후불제 상조 사이에서
지인이 나중에 나이 들면 미리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해서 몇 군데 알아본 적이 있다. 매달 10만 원 가까운 돈을 몇 년 동안 붓는 건데, 문득 내가 가입하려던 상품이 사실상 금융 상품처럼 굴러간다는 기사를 봤던 게 기억났다. 선수금 규모가 커지면 회사들이 그 돈을 가지고 투자를 한다는데, 내가 낸 돈이 누군가의 자산 운용을 위해 쓰인다고 생각하니 왠지 모르게 찜찜했다. 그렇다고 당장 아무것도 안 하고 있자니 갑자기 큰돈 들어갈 일이 생기면 어떡하나 싶기도 하고. 요즘은 후불제 상조도 많다는데, 또 주변에서는 그래도 선불제로 묶어놔야 마음이 편하다는 사람들도 있고 말이 다 다르다.
4년 동안 꾸준히 냈는데 이게 맞나
얼마 전 카페 글에서 본 사례가 생각난다. 4년 넘게 매달 12만 원씩 꼬박꼬박 냈는데, 나중에 가서야 약관 문제로 서비스 이용이 어렵다는 답변을 들었다는 글이었다. 스드메 같은 웨딩 서비스까지 가능하다는 말에 혹해서 가입했다가 나중에 장례 서비스와는 조건이 달라서 애를 먹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내가 낸 돈이 48회면 벌써 500만 원이 넘는데, 그렇게 큰돈을 묶어놓고도 제대로 보장받을 수 있을지 확신이 없다는 건 생각보다 스트레스받는 일이다. 차라리 그 돈을 그냥 적금으로 따로 빼놓는 게 나은 건지, 아니면 그래도 대형 업체라는 곳에 맡기는 게 장례식장에서 덜 당하는 길인지 결론이 안 난다.
장례식장 옷 대여와 실무적인 고민들
막상 장례식장에 가면 의외로 소소한 지출이 정말 많다. 음식 값이야 어쩔 수 없다 쳐도, 급하게 입어야 하는 상복 대여비나 인건비 같은 것들이 생각보다 크게 다가온다. 상조 업체들은 이런 자잘한 비용까지 다 포함해서 패키지로 묶어버리는데, 막상 현장에서는 그 패키지 외에 추가되는 항목이 왜 이렇게 많은지 모르겠다. 한번은 장례식장 옷 대여만 따로 알아봤는데 가격이 만만치 않아서 결국 그냥 상조에서 하라는 대로 했던 적이 있다. 그게 편하긴 한데, 나중에 정산할 때마다 느꼈던 그 미묘한 불쾌감은 어쩔 수가 없었다.
홈쇼핑 이벤트와 경품의 유혹
요즘은 홈쇼핑 채널만 틀면 여행 상품이랑 섞어서 상조 가입 상담 신청 이벤트를 하더라. 상담만 받아도 경품을 준다니 혹하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상담을 받는 순간부터 영업 전화가 쏟아질 게 뻔해서 선뜻 번호를 남기기도 쉽지 않다. 사실 지금 당장 내가 장례 걱정을 할 나이는 아닌 것 같은데, 또 막상 부모님 연세를 생각하면 아주 무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어떤 사람들은 그냥 상조 없이 대형 장례식장에 직접 연락해서 처리하는 게 가장 싸고 깔끔하다고 하는데, 그 복잡한 과정을 내가 당황하지 않고 다 챙길 수 있을지는 정말 모르겠다.
여전히 결론 나지 않은 고민들
결국 브로슈어는 책상 구석에 던져두었다. 당장 결정하지 않아도 당장 무슨 일이 생기는 건 아니라는 마음과, 언젠가 꼭 해야 할 일인데 계속 미루고만 있다는 불안감이 섞여 있다. 예전에는 그냥 ‘다들 하니까’라는 생각으로 가입했던 것 같은데, 지금은 돈을 내는 구조가 눈에 보이니까 더 따지게 되는 것 같다. 이렇게 고민만 하다가 결국 나중에 급해서 아무 업체나 잡고 진행하게 되는 건 아닐지, 아니면 그냥 끝까지 버티다가 후불제로 해결할지 지금으로서는 도무지 답을 내리기 어렵다.

브로슈어에 언급된 후불제 상조의 경우, 초기 비용은 적게 들지만 장례 절차 진행되면서 추가 비용이 계속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 맞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