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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 생각하며 상조 가입을 알아보다가 그만두었다

부모님 건강 걱정에 덜컥 겁부터 났다

어느 날 갑자기 부모님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게 확연히 느껴지는 순간이 있었다. 평소엔 그냥 지나쳤을 건강검진 결과나 사소한 기침 소리가 유독 크게 들리는 날들 말이다. 남들은 미리미리 준비해둔다는데 나만 너무 무심했나 싶어 덜컥 겁이 났다. 인터넷을 켜고 상조회사를 검색했다. 보람상조니 교원라이프니 하는 이름들이 줄줄이 떴는데, 솔직히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더라. 다들 선수금이니 만기니 하는 어려운 단어들만 나열해놔서 읽다가 창을 닫기를 몇 번 반복했다. 그냥 장례보험 같은 건가 싶었는데 따져보니 그게 또 아니란다. 매달 몇만 원씩 10년 가까이 붓는 게 맞는 건지, 아니면 그냥 현금으로 쥐고 있는 게 나은 건지 도통 감이 안 잡혔다.

상담 전화만 받아도 진이 다 빠진다

결국 몇 군데 사이트에 이름이랑 연락처를 남겼다. 그게 실수였다. 바로 다음 날부터 하루에도 대여섯 통씩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다들 자기네 회사가 업계 1위라고 하고, 또 어디는 자산 규모가 커서 안전하다고 주장했다. 상담하시는 분들은 하나같이 지금 가입해야 혜택이 많다며 서두르라고 했다. 한 군데는 가전제품 결합 상품을 강조했는데, 상조를 들면 에어컨을 싸게 준다나. 솔직히 나는 에어컨이 필요한 게 아닌데 말이다. 가전제품이랑 묶어서 파는 걸 보니 이게 장례 서비스인지 가전 판매점인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통화할 때마다 비용이나 약관을 물어보면 다들 뭉뚱그려 대답하거나 나중에 안내문을 보내주겠다고만 하니 답답할 노릇이었다.

무빈소 장례라는 말이 마음에 걸린다

요즘은 무빈소 장례가 늘고 있다고 뉴스에서 본 기억이 났다. 광주 수완장례식장 같은 곳에서는 벌써 꽤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던데, 막상 부모님 일을 생각하면 과연 그게 괜찮을까 싶기도 하다. 조문객 없이 가족끼리만 조용히 치르는 게 현실적일까, 아니면 그래도 격식을 차리는 게 도리일까. 이런 고민을 상조회사 상담원에게 물어봤더니, 그런 상품도 따로 있다고 말하면서 또 은근슬쩍 더 비싼 패키지를 권했다. 내가 원하는 건 조용한 위로인데, 그들은 자꾸 운구차 종류나 상복 개수 같은 것들로 가격표를 만들려고 했다. 서비스 이행률이니 뭐니 따져봐야 한다는데, 당장 내 마음이 복잡하니 그 숫자들이 머리에 들어올 리가 없었다.

선수금 규모가 전부는 아닌 것 같은데

기사에서 선수금 규모가 크다고 다 좋은 건 아니라는 말을 봤다. 맞는 말 같다. 돈을 많이 모아놨다고 해서 실제로 장례식장에서 내 마음을 얼마나 편하게 해줄지는 별개니까. 어떤 회사는 만기가 길어서 해지하기가 힘들다고 하고, 또 다른 곳은 중간에 해지하면 돌려받는 돈이 생각보다 적어서 손해라고 했다. 나는 그냥 마음의 짐을 조금 덜고 싶었던 건데, 오히려 숙제를 하나 더 얻은 기분이었다. 매달 3만 원에서 5만 원 정도 나가는 돈이 적다면 적고 크다면 큰돈인데, 이게 10년 뒤에 내 손을 떠나 있을 생각을 하니 덜컥 걱정부터 앞섰다. 회사가 망하면 어쩌지, 그때 가서 서비스 질이 낮아지면 어쩌지 하는 생각들 말이다.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한 채 시간을 보낸다

결국 한 달이 다 되어가도록 아무것도 가입하지 못했다. 아는 지인은 차라리 적금을 들라고 하고, 또 다른 친구는 요즘은 장례식장에서 그때그때 해결하는 게 가장 합리적이라고 했다. 그 말이 맞는 것 같으면서도 막상 부모님께 무슨 일이 생기면 당황해서 아무것도 못 할 것 같아 불안하다. 상조회사 홈페이지를 들락거릴 때마다 드는 피로감 때문에 오늘은 그냥 컴퓨터를 껐다. 나중에 부모님이 이 글을 보시면 서운해하실까 봐 마음이 조금 쓰이기도 한다. 하지만 당장은 무리해서 결정하고 싶지 않다. 이게 정말 필요한 준비인지, 아니면 불안감을 틈타 만들어진 상품인지 스스로 조금 더 생각해보려 한다. 당장 오늘 밤은 그냥 부모님께 안부 전화나 한 통 더 드리는 게 최선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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