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께서 갑작스럽게 돌아가셨을 때, 머릿속이 하얗게 변한다는 말이 뭔지 비로소 실감했다. 정신을 차려보니 당장 장례식장부터 정해야 했고, 수많은 결정 앞에서 멍하니 서 있었다. 그때 누군가 예전에 가입해둔 상조 상품이 있지 않냐고 물어보더라. 솔직히 말하면, 몇 년 전에 통장에서 매달 3만 원씩 빠져나가던 게 상조 회사 이름이었던 건 기억나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서비스가 포함된 건지, 가입할 때 사은품으로 받았던 냄비 세트 외에 뭐가 남아있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다.
경황없는 와중에 마주한 상조 가입 내역
결국 서랍 구석에서 먼지 쌓인 계약서를 꺼냈다. 대명소노였는지, 아니면 이름도 기억 안 나는 어디였는지 확인하려고 보니, 이게 꽤 오래된 상품이었다. 10년 전쯤인가, 가입하면 여행 상품이나 웨딩으로도 전환이 된다고 해서 혹해서 가입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났다. 그런데 막상 장례를 치르려니 그런 전환 서비스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았다. 당장 3일 동안 우리 가족을 도와줄 장례도우미가 몇 명이나 오는지, 입관 절차는 어떻게 되는지, 비용이 얼마나 더 추가되는지가 문제였다. 전화 상담을 해보니, 내가 가입했던 상품은 예전 기준이라 요즘 물가를 반영하면 추가 금액이 수백만 원은 더 들어간다는 답이 돌아왔다. 이게 무슨 소용인가 싶었다.
장례식장에서 마주한 예상치 못한 추가 비용
장례식장 비용이라는 게 참 묘하다. 분명 상조에 가입해서 어느 정도 커버가 될 줄 알았는데, 막상 현장에서는 도우미 수고비나 식대, 그리고 예상치 못한 물품 구매 비용이 계속 발생했다. 상조 회사에서 기본으로 제공해준다는 의전 팀장님은 친절했지만, 말 한마디 한마디마다 ‘이건 선택 사항입니다’라는 말이 붙었다. 기독교식으로 예배를 드릴지, 절을 올릴지 결정하는 와중에도 장례식장 복장 대여가 급하게 필요했는데, 외부 업체랑 연결된 곳은 왜 그렇게 비싼지 모르겠다. 차라리 가족들이 미리 검은 정장을 준비해왔더라면 싶었지만, 슬픈 와중에 그런 걸 챙길 정신이 어디 있었을까. 비용은 500만 원에서 700만 원 사이로 생각했는데, 막상 정산을 마치고 보니 1,000만 원이 훌쩍 넘어가 있었다. 내가 처음에 상조를 가입할 때 들었던 설명과는 너무 달랐다.
상조 서비스가 정말 필요한 선택이었을까
지금 돌이켜보면 상조 서비스를 통하지 않고 그냥 장례식장에서 직접 진행하는 것과 얼마나 차이가 있었을까 싶기도 하다. 물론 전문적인 인력이 와서 절차를 챙겨주는 건 편했다. 만약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내가 다 알아봤다면 아마 더 갈팡질팡했을 것 같긴 하다. 기초생활수급자 장례비 지원 같은 제도도 나중에야 알게 됐는데, 그런 건 상조 상담원도 굳이 먼저 챙겨주지 않더라. 내가 더 꼼꼼히 물어봤어야 했는데, 그때는 너무 지쳐서 그냥 알아서 해주길 바랐던 것 같다. 장례를 다 마치고 나니 상조 회사가 왜 그렇게 많이 폐업하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 수익 구조가 참 복잡하고, 가입할 때의 화려한 혜택들이 정작 장례라는 긴박한 순간에는 빛을 발하지 못한다는 느낌이 강했다.
앞으로 남은 의문들
부친상을 치른 지 벌써 몇 달이 지났지만, 여전히 상조 관련 서류를 보면 마음이 좀 불편하다. 남은 잔금은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아니면 아예 해지를 하는 게 나을지 아직도 결정을 못 했다. 다른 사람들은 나처럼 고민하지 않고 바로바로 처리하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들은 아예 적금을 붓는 게 낫다고도 하는데, 이미 상조에 묶인 돈을 생각하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어쩌면 나는 서비스 자체에 대한 불만이라기보다,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자본이 개입하는 그 차가운 현실에 조금 지친 것 같기도 하다. 당장 이번 주말에 다시 한번 전화해서 해지 환급금이 얼마인지나 확인해봐야겠다. 기대는 안 하지만, 그래도 내가 낸 돈이 얼마나 남았는지는 알아야 마음이 편할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