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문득 집으로 걸려온 전화 한 통이 시작이었다. 익숙한 번호는 아니었지만, 평소 가입해둔 보험이나 카드사 쪽에서 연락이 오면 대수롭지 않게 받아 넘기곤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다. ‘상조 가입하면 최신형 가전제품을 그냥 드린다’는 말에 솔깃했다. 지금 당장 필요한 것도 아닌데, 월 납입금을 몇 년간 내기만 하면 나중에 장례식 때 도움을 받을 수 있고 사은품까지 준다니. 이게 과연 손해 보는 장사인가 싶어 며칠을 고민했다. 그런데 주변 어른들에게 물어보니 선뜻 가입하라는 분이 없었다. 오히려 나중에 해지할 때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라며 혀를 내두르는 분도 계셨다.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진짜 장례라는 게 닥쳤을 때 내가 꼬박꼬박 낸 돈이 나를 지켜줄 수 있을지 의문이 들기 시작한 게.
선불제와 후불제 사이의 기묘한 망설임
결국 가전제품의 유혹을 뿌리치고 인터넷을 뒤지기 시작했다. 선불식 상조는 매달 꼬박꼬박 돈을 내야 한다는 점이 문제였다. 10년이 될지 20년이 될지 모르는 일인데, 내가 낸 돈이 회사가 망하면 어떻게 되는 건지, 혹시 물가 상승 때문에 나중에 장례비용이 더 불어나는 건 아닌지 걱정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그러다 우연히 후불제 상조라는 걸 알게 되었다. 가입비도 없고, 월 납입금도 없단다. 정말 장례가 일어났을 때만 돈을 내는 구조라는데, 왜 그동안 이런 걸 제대로 몰랐나 싶었다. 국제라이프니 뭐니 하는 회사들도 최근에 많이 나오는 것 같고, 대명스테이션 같은 큰 곳도 있지만, 일단 미리 돈을 묶어두는 게 싫어서 후불제 쪽으로 마음이 기운 상태였다.
5일장의 무게와 현실적인 정산
막상 장례를 치러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정신없는 3일장이든 여유로운 5일장이든 돈 계산 때문에 당황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나중에 정산서를 받아보면 처음에 계약한 금액 외에 이런저런 옵션이 붙어서 실제 지불해야 할 비용이 껑충 뛰는 일이 허다하다고. 후불제라고 해서 무조건 싼 것도 아니었다. 인건비, 차량 운행 거리, 음식값, 장례용품의 질까지 따지다 보면 결국은 꽤 큰돈이 나가는 건 매한가지다. 100% 후불제라고 광고하는 곳들도 막상 전화해보면 ‘이런 서비스는 추가 요금이 붙습니다’라는 소리를 듣게 될까 봐 그게 제일 불안했다. 5일장을 치르게 되면 그만큼 식대나 시설 이용료가 늘어날 텐데, 과연 후불제 업체가 그 변수들을 전부 책임질 수 있을지 의문이 가시지 않았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느끼는 피로감
부고 알림을 어떻게 돌려야 하는지부터, 어떤 상조를 써야 하는지까지 찾아보다 보니 진이 다 빠졌다. 스몰 장례식이나 무연고 장례 같은 단어들이 검색 결과에 섞여 나오니 마음이 싱숭생숭했다. 사실 누군가 죽음을 준비하고 싶어서 이런 걸 검색하겠나 싶다. 그냥 살다 보니 문득 불안해서, 혹시나 내 몫을 챙겨야 할 때 허둥대지 않으려고 조금씩 알아보는 거지. 그런데 상조 업체들은 하나같이 자기들이 제일 싸고 제일 정직하다고 말한다. 960만 명이나 가입해 있다는 국내 상조 시장의 선수금이 10조 원이 넘는다는 기사를 보고 나니, 차라리 그 돈을 내가 따로 통장에 모아두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 돈을 장례비 외에 다른 용도로 쓰지 않아야 한다는 강한 의지가 필요하겠지만.
결론 없는 고민은 계속된다
지금 당장 결정을 내리지는 않았다. 선불식 상조의 사은품을 포기하고 후불제를 택하는 게 정말 현명한 건지 아직도 모르겠다. 어쩌면 장례식 당일에 정신없어서 ‘그냥 돈 좀 더 내고 편한 걸로 해주세요’라고 말하게 될지도 모른다. 후불제 상조 업체에 전화를 걸어 ‘대략 얼마 정도 드나요?’라고 물었을 때 들었던 애매한 답변들이 자꾸 마음에 걸린다. 500만 원 선이면 될 거라지만, 막상 장례가 닥치면 그게 800만 원이 될지 1,000만 원이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니까. 상조 가입 가전제품이라는 달콤한 미끼를 거절한 게 잘한 일인지, 아니면 그냥 속 편하게 가입해두고 잊어버리는 게 나았을지 여전히 판단이 서지 않는다. 그냥 언젠가 올 일을 위해 미리 무언가를 준비한다는 게 이렇게 번거롭고 피곤한 일인 줄은 몰랐다. 오늘 저녁에는 그냥 관련 기사들을 다 끄고 아무 생각 없이 지내고 싶다.

가전제품 언급에 흥미가 갔던 부분이 인상적이네요. 장례 준비는 예상치 못한 순간에 필요하니까요.
5일장 비용 때문에 당황하는 분들이 많다는 점이 와닿네요. 업체마다 견적 차이가 너무 커서 오히려 더 혼란스러웠을 것 같아요.
후불제는 확실히 복잡한 문제네요. 제가 생각하는 건, 장례 절차 자체가 얼마나 혼란스러울지 감당이 안 돼서 오히려 더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것 같아요.
후불제 방식이 오히려 예상치 못한 비용이 추가될 수 있다는 점이 걱정되네요. 제가 이런 부분들을 꼼꼼히 따져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