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그냥 보험 같은 건 줄 알았지
몇 년 전인가, TV 홈쇼핑에서 상조 상품 광고가 나오는데 무슨 사은품을 엄청 주는 거다. 그때는 나도 어렸고, 사실 장례라는 게 남의 일처럼만 느껴지던 때라 그냥 적금 하나 든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가입했다. 월 12만원 가까이 되는 돈을 꼬박꼬박 내면서도 이게 정확히 어떤 서비스를 보장하는지 꼼꼼히 따져보지도 않았다. 상담원이 말해주길 나중에 결혼할 때 스드메(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 서비스로도 전환이 가능하다고 해서, 그 말 하나 믿고 덥석 계약서에 사인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하면 참 순진했다 싶다. 막상 그 시기가 다가와서 문의해보니 내가 생각했던 조건이랑 실제 이용 가능한 서비스 폭이 너무 달라서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빈소 준비와 현실적인 고민들
얼마 전에 지인 장례 때문에 광주빛장례식장에 갈 일이 있었다. 그때 처음으로 상조 서비스라는 게 실제로 어떻게 돌아가는지 옆에서 지켜보게 됐다. 막연히 ‘상조 서비스 쓰면 알아서 다 해주겠지’ 싶었는데, 막상 현장에 있으니 염습사님이 오시는 시간부터 오동나무관을 선택하는 문제까지 생각보다 신경 써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더라. 서울 쉴낙원 같은 곳은 시설이 참 좋다고 들었는데, 지방 장례식장은 분위기가 또 사뭇 다르기도 하고. 내가 가입한 프리드라이프 같은 대형 업체는 시스템이 잘 되어 있겠지 싶다가도, 이런 현장에서는 사람 손이 얼마나 가느냐에 따라 느낌이 확 달라지는 것 같아 괜히 마음이 복잡해졌다.
후불제 상조 이야기를 듣고 나서
그러다 얼마 전엔 부산후불제상조를 이용했다는 지인 이야기를 들었다. 가입비도 없고 월 납입금 없이 그냥 나중에 필요한 만큼만 지불하면 된다길래 솔직히 좀 솔깃했다. 지금 매달 나가는 돈이 꽤 부담스러운데 30% 정도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는 말을 들으니 ‘아, 내가 괜히 미리 묶여있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든다. 선불로 미리 낸 돈은 나중에 해지하면 위약금 때문에 얼마 돌려받지도 못한다고 하던데. 그냥 계속 유지해야 할지, 아니면 아예 해지하고 나중에 필요할 때 후불제를 쓰는 게 나을지 아직도 결정을 못 내렸다.
여전히 풀리지 않는 숙제
상조 보험이든 상품이든 계약서를 다시 읽어봐도 무슨 용어들이 그렇게 어려운지 모르겠다. 48회나 납부했는데 지금 그만두면 손해가 막심하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상담만 받아도 배달의 민족 상품권을 준다는 홈쇼핑 이벤트를 볼 때마다, 저런 마케팅에 휘둘려서 가입했던 과거의 나를 한 대 쥐어박고 싶다. 장례 준비라는 게 참, 미리 준비한다고 해서 마음이 놓이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손 놓고 있자니 막막하고. 요즘은 그냥 통장에 돈이나 모으는 게 최고인가 싶기도 하다.
결국 정답은 없는 것 같아
오늘도 자동이체 빠져나가는 알림 문자를 받았다. 119,200원. 이게 과연 나중에 나에게, 혹은 우리 가족에게 큰 도움이 될지 아니면 그냥 매달 내는 세금 같은 게 될지 잘 모르겠다. 남들은 다들 하나씩 가지고 있다니까 안 하면 불안하고, 막상 가지고 있자니 매달 나가는 고정비가 아깝고. 이렇게 고민만 하다가 또 한 달이 지나가겠지. 나중에 정말 큰일이 닥쳤을 때, 내가 가입한 이 상품이 내 짐을 덜어줄지 아니면 오히려 복잡한 서류 문제만 더 안겨줄지 아직 확신이 안 선다. 다들 어떻게 하는지 물어봐도 돌아오는 대답은 다 제각각이라, 그냥 이대로 두는 게 최선인지 매번 고민만 깊어진다.

저도 처음엔 보험처럼 가볍게 생각했는데, 계약 조건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던 점이 부끄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