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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불제 상조를 해지하고 후불제 상조를 고민하게 된 이유

어느 날 문득 집에 쌓여있는 고지서들을 정리하다가 십 년 가까이 꼬박꼬박 납부해온 상조비 명세서를 보게 됐다. 200원, 300원도 아니고 매달 3만 원씩 나가는 돈인데, 막상 이게 어떤 장례식장에서 어떻게 쓰이는 건지 구체적으로 아는 게 하나도 없다는 사실이 갑자기 무섭게 다가왔다. 다들 하나쯤은 들어둔다기에 덜컥 가입했던 거였는데, 십 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선불 가입형’이라는 굴레에 묶여 있다는 게 왠지 모르게 마음 한구석을 찝찝하게 만들었다.

이미 낸 돈은 어쩔 수 없지만

선불제 상조라는 게 가입할 때는 참 좋아 보였다. 나중에 큰돈 들어갈 때 대비하는 거니까 보험처럼 생각하자 싶었는데, 정작 주변에서 부모님 장례를 치른 지인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상황이 딴판이었다. 미리 가입해뒀어도 장례식 당일에 인력을 추가해야 한다거나, 수의나 관 같은 걸 더 좋은 걸로 바꾸지 않으면 티가 너무 난다는 식으로 은근히 추가 비용을 유도한다는 거다. 결국 내가 낸 돈은 그냥 ‘계약금’ 정도의 역할밖에 못 하고, 현장에서 수백만 원을 더 쓰게 된다는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십 년 넘게 부은 돈을 지금 해지하면 원금도 다 못 찾을 텐데, 이걸 유지하는 게 맞나 싶은 회의감이 들기 시작했다.

후불제 상조가 눈에 들어온 순간

그래서 최근에 후불제 상조를 기웃거리게 됐다. 솔직히 말하면 처음에는 좀 의심스러웠다. 미리 돈을 안 받는데 어떻게 그만큼의 서비스를 제대로 보장할 수 있을까 싶어서다. 그런데 들여다보니 장례가 끝난 후에 비용을 지불한다는 게 생각보다 심리적인 안정감이 있었다. 적어도 십 년 뒤에 회사가 망할까 봐, 혹은 내가 낸 돈이 엉뚱한 곳에 쓰이지 않을까 걱정할 필요는 없으니까. 물론 후불제라고 해서 다 좋은 건 아니라는 말도 있다. 어떤 곳은 너무 저렴한 가격만 내세우다가 장례 당일에 품목별로 가격을 다르게 책정해서 오히려 더 비싸게 받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결국 어디든 ‘추가 비용’이라는 고질적인 문제는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모양이다.

정찰제와 실속형의 함정

요즘은 후불제 상조회사들도 홍보를 참 열심히 한다. 어디는 업계 최초로 세부 품목별 정찰제를 도입했다며 대대적으로 광고를 하기도 하고, 어디는 사회적 기업 이미지로 다문화 가정 지원까지 나섰다며 홍보에 열을 올린다. 그런데 소비자 입장에서는 사실 그런 거창한 명분보다는 ‘내가 장례식장에서 마지막에 얼마를 내게 될 것인가’가 제일 중요하다. 정찰제라고 해서 갔는데, 막상 현장에서는 ‘이 품목은 지금 재고가 없으니 조금 더 비싼 걸로 하셔야 합니다’라고 하면 무슨 소용인가 싶기도 하고. 결국 믿을만한 곳을 찾는 게 예전이나 지금이나 가장 어려운 숙제인 것 같다.

무빈소와 약식 장례에 대한 단상

요즘은 무빈소 장례도 많이들 한다고 해서 나도 진지하게 고민해봤다. 사실 조문객들 접대하느라 며칠 밤새고 비용 수천만 원씩 쓰는 게 누구를 위한 장례인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고인을 제대로 추모하는 게 목적이라면, 굳이 화려한 상차림과 인력이 많이 필요한 큰 장례가 필요할까 싶어서다. 그런데 또 막상 가족들끼리 모여서 이야기해보면, ‘그래도 할 건 해야 하지 않겠냐’는 의견과 ‘그 돈 아껴서 고인 추모에 더 집중하자’는 의견이 엇갈린다. 후불제 상조 상품들 중에서도 실속형이나 표준형으로 나뉘어 있는데, 그 기준이 참 애매하다. 도대체 무엇이 ‘기본’이고 무엇이 ‘추가’인지 명확한 선이 없으니 더 혼란스러운 것 같다.

아직 결론은 내리지 못했다

글을 쓰면서도 여전히 고민 중이다. 지금 당장 선불제 상조를 해지하고 후불제로 갈아타는 게 현명한 건지, 아니면 그냥 낸 돈이 아까워서라도 끝까지 유지하는 게 나은 건지 확신이 안 선다. 어떤 분들은 그냥 지금이라도 해지해서 손해를 조금이라도 줄이는 게 낫다고 하고, 어떤 분들은 나중에 어차피 물가 올라서 지금 혜택으로 준비하는 게 이득이라고도 한다. 수십 년 뒤의 일을 내가 지금 다 결정할 수 있을까. 어쩌면 상조라는 것 자체가 나중에 겪게 될 큰 슬픔을 돈으로 미리 조금씩 쪼개서 지불하며 마음의 빚을 덜어보려는 행위가 아닐까 싶다. 그게 선불이든 후불이든, 결국 중요한 건 마지막 순간에 내 곁에 누가 있고, 우리가 어떻게 마지막 인사를 나누느냐인데 말이다. 당장은 조금 더 후불제 상조들의 가격표를 비교해보면서, 정말 투명하게 운영되는 곳이 어디인지 좀 더 찾아봐야겠다.

“선불제 상조를 해지하고 후불제 상조를 고민하게 된 이유”에 대한 4개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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