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복도에서 보낸 며칠간의 생각
아버지가 중증병동으로 옮겨지고 나서 복도 끝 의자에 앉아 있는 시간이 길어졌다. 의사는 언제 무슨 일이 생겨도 이상하지 않다고,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짧게 말하고 지나갔다. 그 ‘마음의 준비’라는 말이 너무 막막했다. 인터넷에 검색을 해봐도 다들 무슨 상조 서비스를 가입하라거나 절차를 나열하는 글들뿐이었다. 나는 지금 당장 내일, 혹은 모레 무슨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공포 속에서 서류를 찾거나 장례지도사를 검색하는 게 맞나 싶어 한참을 멍하니 있었다.
너무나 조용히 다가온 현실적인 물음들
옆자리 보호자는 이미 여러 번 겪어본 듯 익숙하게 서류를 챙기고 있었다. 문득 우리 집은 아무것도 준비된 게 없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무서워졌다. 예전에 뉴스에서 본 무상 장례 공약이나 국가유공자 장례 의전 같은 단어들이 머릿속을 맴돌았지만, 지금 당장 우리 아버지 상황과는 너무 먼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회천농협장례문화원 같은 곳을 알아봐야 하나, 아니면 상조회를 지금이라도 들어야 하나 고민만 깊어졌다. 사실 장례비용이 대략 1,000만 원에서 1,500만 원 정도 든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 돈을 준비하는 것보다 당장 장례식장을 예약하고 조문객 연락을 돌릴 엄두가 나지 않았다.
내가 놓치고 있었던 사소한 것들
병원에서 시신 기증이나 조력 존엄사에 대한 이야기도 잠시 들었지만, 가족들 사이에서 의견이 갈렸다. 죽음을 삶의 연장선으로 보고 미리 준비하라는 말은 참 예쁜 말인데, 막상 현실에서는 짐을 싸는 것처럼 느껴졌다. 생전의 사후 준비라는 게 단순히 서류 처리가 아니라, 그저 흩어진 재산과 기록을 정리하는 건데도 왜 이렇게 사람을 지치게 하는지 모르겠다. 나는 그저 병원비를 계산하고 보호자 대기실에서 스마트폰으로 장례식장 위치만 계속 검색하고 있었다.
누군가와 함께한다는 느낌이 부족해서
혼자서 다 처리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생각보다 컸다. 주변 친구들은 아직 부모님과 건강하게 지내고 있어서, 이런 고민을 털어놓기가 조금 미안했다. 나중에 발인 때는 어떻게 해야 할지, 화장장은 미리 예약해야 하는지, 동사무소에 먼저 연락해야 하는지 하나도 아는 게 없었다. 며칠 전에는 30만 원 정도 입학 준비금을 준다는 뉴스 기사를 보고 묘하게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태어남을 준비하는 비용은 정부에서 이것저것 챙겨주는데, 떠남을 준비하는 과정은 온전히 남겨진 사람의 몫이라는 게 유독 크게 와닿았다.
아직도 풀리지 않는 답답함
아버지는 다시 의식을 찾지 못하고 계신다. 나는 상조 서비스를 하나 골라 상담을 받아야 할지, 아니면 그냥 동네 가까운 장례식장으로 가야 할지 여전히 결정하지 못했다. 누가 옆에서 ‘이렇게 하면 된다’고 말해줬으면 좋겠는데, 막상 누가 말을 걸어와도 그게 상업적인 제안처럼 들릴까 봐 피하고 싶다. 장례 절차라는 게 참 단순한 것 같으면서도 복잡하다. 누군가에게는 일상적인 업무겠지만, 나에게는 생전 처음 겪는 가장 큰 숙제 같다. 내일은 병원에서 어떤 말을 들을지, 그 말을 듣고 나면 나는 진짜로 장례식장 전화를 돌리게 될지, 아니면 그냥 그대로 멈춰 서서 울고만 있을지 모르겠다. 오늘 밤도 병원 복도는 너무 조용하다.

무상 장례 공약 이야기랑 국가유공자 장례 의전 생각하면, 지금 상황이 더 갑자기 복잡하게 느껴지네요.
병원 복도에서 조력 존엄사에 대해 들었을 때, 가족 간 의견 차이가 더욱 크게 느껴지네요. 흩어진 재산을 정리하는 과정 자체가 부담으로 다가오더라고요.
복도에 앉아 계시는 모습이 안타깝네요. 상조 서비스 같은 준비는 현실적으로 챙겨야 할 문제지만, 그 전에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말은 정말 어려운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