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월급 명세서를 볼 때마다 습관적으로 확인하는 항목이 있다. 세금이나 보험료 같은 거 말고, 왠지 모르게 찜찜한 기분이 드는 ‘상조회비’라는 이름의 공제 항목 말이다. 입사 초기에는 이게 정확히 어떤 용도로 쓰이는지도 모르고 그냥 다들 내는 거니까 자동으로 동의했다. 아마 2만 원인가, 3만 원인가 했던 것 같은데 사실 큰돈은 아니지만 매달 꼬박꼬박 나가는 게 쌓이면 꽤 된다. 어릴 때는 장례식이라는 게 내 인생과 아주 먼 이야기처럼 느껴졌으니까, 이게 나한테 돌아올 혜택인지 아니면 그냥 복지라는 이름의 강제 기부인지도 판단이 안 섰다.
누가 왜 만드는 건지 모호한 사내 모임의 정체
회사를 다니다 보면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사실 중 하나는 상조회가 생각보다 체계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회사가 복지 차원에서 운영한다고 하지만, 실상은 인사팀 눈치를 보는 직원 몇몇이 주축이 되어 돌아가는 경우가 태반이다. 내가 다니는 곳도 비슷했다. 어느 날 갑자기 상조회 회장이라며 선배 하나가 메신저로 뜬금없는 공지사항을 보내곤 했다. 누구네 아버지가 돌아가셨으니 부조금을 걷는다거나, 아니면 무슨 명절 선물 세트가 상조회비에서 나갔다거나 하는 내용이다. 이게 투명하게 운영되는 건지, 아니면 돈이 어디에 어떻게 쌓여 있는 건지 매번 궁금했지만 굳이 총무를 맡은 사람에게 ‘영수증 보여달라’고 말하기는 좀 분위기가 묘하다. 나중에 퇴사할 때 다 돌려받는 돈인지, 아니면 말 그대로 ‘소멸성’인지도 명확하지 않다.
장례식장에서 마주친 상조 서비스의 괴리감
몇 년 전 친한 동료의 부모님 장례식장에서 평소 듣기만 했던 상조 서비스의 실체를 접했다. 사내 상조회에서 제공한다는 그 물품들을 보니 참 묘했다. 시중에서 보는 세련된 상조 광고들과는 분위기가 영 달랐다. 왠지 모르게 투박한 로고가 박힌 장례용품들이 구석에 쌓여 있었고, 상조회라고 해서 거창한 서비스가 있는 게 아니라 그냥 미리 계약해 둔 장례식장과 연결해 주는 정도의 역할이 전부인 것 같았다. 그때 문득 생각이 들었다. 이게 우리가 매달 낸 그 돈으로 돌아가는 건가, 아니면 그냥 회사가 생색내기용으로 계약해 둔 업체가 와서 돕는 건가. 겉으로는 고품격 친절 서비스를 내세우지만, 막상 현장에서는 인력 부족으로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복지라는 이름이 참 가볍게 느껴졌다.
무빈소니 뭐니 해도 남는 찜찜함
요즘은 워낙 장례 문화가 바뀌어서 무빈소로 간소하게 치르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예전에는 상조회 가입이 필수인 분위기였지만, 요즘 신입 사원들은 이런 거 가입 안 하겠다고 하면 정말 안 해도 되는 건지 궁금해하는 눈치다. 하지만 막상 안 하겠다고 손들기는 어렵다. 마치 회사 내의 작은 공동체에서 나만 튀는 행동을 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300만 원, 500만 원씩 하는 선불식 상조 상품에 가입한 사람들은 나름의 혜택을 본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나는 왜인지 내가 낸 돈이 나를 위해 제대로 쓰일 거라는 확신이 들지 않는다. 차라리 그 돈을 더 주거나, 아니면 명확하게 어떤 상황에서 얼마가 지급되는지 규정이라도 확실했으면 좋겠는데, 매번 ‘관례대로’라는 말로 퉁치고 넘어가는 게 문제다.
운영 주체가 바뀌면 우리는 어떻게 되는 걸까
문득 뉴스에서 상조회사가 매각되거나, 심지어는 회사가 어려워져서 운영이 정체되었다는 소식을 접할 때마다 가슴이 철렁한다. 내 월급에서 떼어간 돈은 어디에 안전하게 보관되고 있는 걸까? 신협이나 다른 큰 기관들처럼 탄탄한 곳이 관리하는 상조회라면 모를까, 일반 회사 내부에서 ‘상조회’라는 이름으로 돈을 굴리는 건 사실 조금 위험해 보인다. 법인 택시 회사나 공공기관처럼 조직이 커도 상조회 비리는 종종 터지는데, 우리 같은 작은 규모의 회사에서 횡령이나 관리 부실이 발생하면 누구에게 책임져달라고 해야 할지 막막하다. 돈을 낸 사람들은 기억도 못 하고, 관리는 엉망인 상태로 그냥 시간만 흐르고 있는 건 아닐까.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과 남은 시간
오늘도 월급 명세서를 보며 상조회비를 한숨과 함께 쳐다본다. 아마 다음 달에도, 그다음 달에도 나는 이 돈을 낼 것이다. 딱히 방법이 없으니까. 나중에 정말 큰일을 치를 때가 되면 이 돈이 내 몫을 톡톡히 해줄지, 아니면 그냥 기분 나쁜 소모품으로 끝나버릴지 여전히 모르겠다. 퇴직하는 선배들이 상조회비를 정산받는 걸 본 적이 있는데, 그것마저도 회사 재정이 어렵다며 반만 돌려받거나 하는 경우를 보니 참 복잡하다. 내가 지금 내는 이 돈이 미래의 나를 위한 대비책인지, 아니면 현재의 직장 문화를 유지하기 위한 강제적인 회비인지 확실히 구분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일단은 그냥 내고는 있는데, 언젠가 한번은 제대로 물어봐야 할 것 같다. 이게 진짜 우리를 위한 복지인지, 아니면 그냥 관성대로 유지되는 시스템인지를.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그런 투박한 느낌이 좀 더 컸어요. 특히 장례식장에서 본 모습이 광고랑 너무 달라서 더 혼란스러웠던 것 같아요.
상조회비 꼼꼼하게 확인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특히 회사가 어려워졌을 때 돈이 어떻게 쓰였는지 궁금하니까요.
저도 비슷한 의문이 들었는데, 회사의 규모가 작아서 그런지 투명하게 정보를 공유하는 부분이 부족한 것 같아요.
상조회비 때문에 계속 찜찜하네요. 회비 낸 돈이 정확히 어떻게 쓰이는지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