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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하게 검은 옷을 찾다가 땀만 뻘뻘 흘렸던 날

갑작스러운 연락과 옷장 앞에서의 고민

며칠 전 갑작스럽게 할머니께서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평소에도 옷장에 검은색 정장이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고 어른들이 말씀하시곤 했는데, 막상 닥치니 내가 가진 건 전부 밝은 색 셔츠나 주말에 입는 편한 옷들뿐이었다. 일단 급한 대로 성남 근처에 있는 백화점 매장을 몇 군데 돌아다녀 봤는데 가격대가 만만치 않았다. 급하게 사려니 마음에 드는 디자인도 없고, 몸에 잘 맞지도 않는 옷을 십만 원 단위로 지출하려니 마음이 괜히 더 무거워졌다. 사실 검은 정장은 평소에 거의 입을 일이 없지 않나. 나중에 또 입을 일이 있을까 싶어서 고민만 하다가 결국 제대로 사지도 못하고 장례식장으로 향했다.

장례식장에서 마주한 복장 대여 서비스

빈소에 도착해서 다른 친척들을 보니 다들 차분한 검은색 정장을 잘 챙겨 입고 있었다. 나만 너무 튀는 것 같아 좁은 화장실에서 넥타이라도 고쳐 매보려 애썼는데, 그게 마음처럼 잘 안 되더라. 그러다 우연히 장례식장 한쪽 구석에 정장을 빌려주는 곳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예전에는 이런 서비스가 흔치 않았던 것 같은데, 요즘은 상조 서비스랑 연계되어 있거나 아예 시설 내에 준비된 경우가 종종 있나 보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담당하시는 분께 여쭤보니 다행히 대여가 가능하다고 했다. 다만 내 체격이 좀 큰 편이라 걱정이 앞섰다. 키가 180cm가 넘고 몸무게도 좀 나가는 편이라 웬만한 기성복은 맞지 않기 때문이다. 대여해주는 옷들도 대개 표준 사이즈 위주라 내 발 사이즈인 300mm까지 맞추기는 쉽지 않아 보였다.

빌린 옷을 입고 서성거리는 시간

결국 대여한 정장은 예상대로 어깨 부분이 살짝 끼고 바지 길이는 짧았다. 그래도 맨몸으로 있는 것보다는 나을 거라 생각하며 서둘러 갈아입었다. 입고 나니 거울 속의 내 모습이 어색하기 짝이 없었지만, 그래도 상주 자리에 서서 손님들을 맞이해야 하니 티를 낼 수는 없었다. 문득 옆에 서 계신 분들의 옷차림을 관찰하게 되었다. 다들 정장 대여 서비스를 이용했는지 아니면 개인적으로 챙겨온 건지 묘하게 옷태가 조금씩 달랐다. 예전에는 그냥 검은색이면 다 되는 줄 알았는데, 막상 이렇게 직접 겪어보니 분위기라는 게 무시할 수 없더라. 옷이 조금 불편하니 자세도 덩달아 뻣뻣해졌다. 특히 무릎을 꿇고 절을 할 때마다 바지가 터지지 않을까 걱정하는 내 모습이 참 한심하게 느껴졌다.

여전히 남는 찝찝함과 아쉬움

사실 대여 비용이 아주 저렴한 편은 아니었다. 업체마다 다르겠지만 대략 3만 원에서 5만 원 정도 했던 것 같다. 옷을 반납할 때 보니까 여러 사람이 공유하는 옷이라 그런지 냄새나 청결 상태가 완벽하지는 않았다. 다음번에는 미리 제대로 된 정장을 한 벌 맞춰야겠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또 막상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잊어버릴 것 같다. 결혼식 때 입던 정장이랑은 느낌이 완전히 달라서, 장례식용 정장은 평소에 입는 옷과는 별개로 준비해두는 게 맞나 싶기도 하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지금 당장 백화점에 달려가 비싼 돈을 주고 정장을 맞출 생각은 또 안 든다. 당분간은 이런 복잡한 마음이 계속 남아있을 것 같다.

정리되지 않은 생각들

장례 절차라는 게 참 어렵다. 단순히 옷을 빌려 입는 것부터 시작해서 조문객을 맞이하고, 향을 피우는 작은 동작 하나하나가 전부 숙제처럼 느껴졌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줄 알았는데, 옷을 반납하고 나오는 길에도 여전히 마음 한구석이 불편하다. 누군가 나중에 다시 이런 일이 생기면 그냥 처음부터 장례식장 복장 대여 서비스부터 물어보는 게 마음 편할 것 같다고 말해줄 것 같다. 어설프게 밖에서 사려고 발품 파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날의 내 모습은 참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너무 작아 불편했던 그 검은 정장이 자꾸만 눈에 밟힌다.

“급하게 검은 옷을 찾다가 땀만 뻘뻘 흘렸던 날”에 대한 4개의 생각

  1. 정장 사이즈가 큰 편이라 옷을 고르는데 어려움을 겪는 모습이 공감됐어요. 제가 전에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그런 경우엔 꼭 사이즈를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는 걸 알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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